계봉오(국민대)·황선재(충남대)·김지연(UNC-Chapel Hill)·최율(중앙대)

불평등이 증가하면 세대 간 계층이동은 감소할까?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통해 그렇게 될까? 유명한 ‘위대한 개츠비 곡선(The Great Gatsby Curve)’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이 심해질수록 세대 간 소득이동성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 관계가 반드시 단순 선형적이거나 일관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불평등과 사회 이동성 사이에서 작동하는 제3의 요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제3의 요인 중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세대 내 이동(intragenerational mobility), 즉, 개인의 지위가 생애과정 속에서 변화하는 양상이다. 이 논문에서 저자들은 노동패널(KLIPS) 1998-2017년 자료를 바탕으로 세대 내 직업이동 비율을 계산하여, 불평등과 세대 간 계층 이동성의 관계를 매개하는 제3의 요인으로서 세대 내 이동이 지니는 역할과 함의에 대해 몇 가지 중요한 결과를 발견하였다.

첫째, 1998년부터 2017년 사이 한국에서 세대 내 사회이동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직업이동이 없는 비율이 해당 기간 동안 남성은 64.7%에서 73.3%로 여성은 38.9%에서 46.9%로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미국도 불평등은 증가하고 세대 간 이동성은 감소하였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과 달리 세대 내 이동의 증가가 동반되었다. 이 결과는 한국에서 불평등 증가가 세대 간 이동성 감소로 이어지는 하나의 경로로서 세대 내 사회이동이 가지는 역할에 대해 재고해 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즉, 불평등, 세대 간 이동, 세대 내 이동 간 관계가 고정적이지 않고 맥락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둘째, 연령대별로 직업이동 확률을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연령이 증가할수록 경력이 안정화되어, 직업이동이 없는 비율이 20대는 38.8%에 불과하지만 40대는 79.5%로 증가한다. 하지만, 여성은 20대는 37.8%로 남성과 비슷하지만, 40대는 50.9%로 남성보다 현저히 낮다. 남성과 달리 연령이 높아지면서 직업이 안정화되는 양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여성의 고용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젠더화된 생산·재생산 체제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세대 내 사회이동을 이해하는 데 있어 젠더와 생애과정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 노동시장과 생애과정 경험이 고도로 젠더화 되어 있는 한국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 연구는 불평등과 계층이동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젠더와 생애과정 관점을 통해 성별·연령별 차이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를 성취하기 위한 이론적·방법론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 연구는 그 방향으로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논문정보:
<Research in Social Stratification and Mobility> Volume 77(2022년): 100660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276562421000809?via%3Di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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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7_계봉오 외_2022_RS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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