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금수저’, ‘다이아몬드 수저’와 같은 말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인 용어로 자리잡은 듯합니다. 언론을 통해 이런 표현이 널리 확산되면서 한때는 생소했던 용어가 더는 설명이 필요 없는 말이 되었습니다. 이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이 우리 사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자신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공감대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여러 설문조사에서 나타납니다. ‘한국 대학생의 삶과 사회인식: 2014 대학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청년의 60.7%가 부모 재산으로 인한 자녀의 세대 내 계층불평등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2014). 또 ‘2017 한국 미래세대 꿈 실태조사’에서는 꿈이 없다고 응답한 청년의 36.1%가 그 이유로 ‘그냥 못 이룰 것 같아서’라고 답하였습니다(정익중 외, 2018: 39).

그런데 우리나라의 모든 청년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이같이 비관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을까요?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청년의 계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 한 조사 결과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2015). 이 조사에서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중상층 이상 청년 중에서 78.5%, 빈곤층 청년의 경우 52%로 나타났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김용회·한창근(2019)의 연구는 기존 연구가 청년층을 동일한 사회인식을 지닌 집단으로 간주해왔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는 ‘청년세대’라 불리는 집단 안에서도 다양한 사회인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죠. 사회인식과 관련한 청년층 내부 이질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이 연구는 특히 부모의 자산에 주목합니다.

본 연구는 한국노동패널조사 2016년도 자료를 활용해 우리나라 청년층의 사회인식과 계층의 관련성을 분석하였습니다. 먼저 계층상승 가능성, 공정성, 세대간 연대감 등 8개 지표를 바탕으로 청년들의 사회인식을 낙관형, 중도형, 비관형 세 유형으로 분류하였습니다. 그 다음 청년층을 부모와의 동거 여부에 따라 구분하여, 각각의 집단에서 부모의 경제적 수준이 청년들의 사회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분석 결과, 청년층의 사회인식에 대한 ‘자산’의 영향력이 일관되게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우선 전체 청년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가구순자산이 많을수록 비관형에 비해 중도형 및 낙관형에 속할 가능성과 중도형에 비해 낙관형에 속할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부모와의 동거 여부에 따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구순자산이 많을수록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은 비관형과 중도형에 비해 낙관형에 속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부모와 동거하지 않는 경우에는 비관형에 비해 중도형과 낙관형에 속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가구총소득은 대체로 청년층의 사회인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소득과 자산 외의 요소 중에서는 연령, 거주지역, 자존감, 사회적 지지가 부모와의 동거 여부와 무관하게 청년층의 사회인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연령이 낮을수록, 비수도권에 비해 수도권에 거주할수록, 자존감과 사회적 지지 수준이 높을수록 낙관적인 사회인식을 가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부모 자산이 청년들의 사회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본 연구는 중단기적으로 청년 1인가구 주거공급 확대와 저렴한 주택 공급을, 장기적으로는 청년들의 자산형성 지원책을 제안합니다. 또 청년층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제도, 일자리와 교육환경의 지역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과 함께 청년층의 자존감과 사회적 지지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한국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에 가구자산 수준이 영향을 미치는 반면 가구총소득은 뚜렷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점이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청년층의 사회인식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양상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단순히 사회에 대한 비관적 인식을 낙관적으로 바꾸는 것이 우리 사회 청년문제에 대한 근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연구가 제시한 방안 외에 어떠한 정책적 지원이 효과적일 수 있을지에 관해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참고문헌:

김용회·한창근. 2019. “한국사회에 대한 청년인식의 잠재계층유형: 경제적 지위의 영향력을 중심으로.” 『사회복지연구』 50(1): 309-339.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2014. 『한국 대학생의 삶과 사회인식: 2014 대학생 실태조사』.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정익중·박재연·박희숙·오은찬·홍성욱·변지영·박새롬·김재환·조윤호. 2018. 『한국 미래세대 꿈 실태조사보고서(일반편)』. 한국월드비전·동그라미재단.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2015. 『개원심포지엄: ‘이 땅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 – 청년의 시선으로 본 한국 사회의 현재와 미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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