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월례발표회
김란우(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여성과 남성은 종종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연구 지식 생산에 기여합니다. 이러한 기여 방식의 다름이 학계 경력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본 연구는 어떻게 젠더가 연구 언어에서 표현되는지, 그리고 젠더화된 연구 언어 사용이 연구자의 자질을 통제한 상태에서 연구자의 경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봄으로써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미국에서 1980년부터 2010년까지 발간된 약 100만 건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젠더 지시어(gender referents, 성별과 젠더를 직접적으로 가리키는 단어)’와 ‘젠더 관련 용어(gender-associated terms, 연구자의 성별에 따라 불균등하게 사용된 단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자연 언어 처리 기술(natural language processing techniques)로 분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젠더 지시어’와 ‘젠더 관련 용어’ 사용이 박사학위 소지자의 학위 취득 후 경력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분석 결과, 미국에서 박사학위 소지자가 대학교수로 임용될 가능성은 논문의 연구 대상이 여성인 경우 더 높지만, 학위 소지자가 여성이거나 논문 내용이 여성 연구자와 관련이 높을 경우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 학계가 연구 대상의 표준을 남성으로 설정한 채 여성을 연구 대상에서 배제해온 과거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 연구자와 관련된 지식을 열등한 것으로 여기는 인식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이른바 ‘여성적 지식’이 학문 분야(인문‧사회과학 대 자연과학‧기술‧공학‧수학)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생산되는지, 그리고 학계에 존재하는 ‘여성적 지식’에 대한 편견을 완화할 방안은 무엇인지 논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