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부터 방영되고 있는 <회사 가기 싫어>라는 모큐멘터리(mocumentary; 허구의 상황이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장르)는 직장인들이 겪는 회사 내 부조리를 그리고 있습니다. 예전에 방영된 드라마 <미생> 또한 직장 생활을 소재로 하고 있었는데요, 이처럼 직장생활이 쉽게 대중 미디어의 소재로 활용되는 이유는 회사 생활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은 어떤 회사에 들어가게 됨으로써 일을 하게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회사는 평등한 공간이 아닐 수 있습니다. 회사, 즉 조직 내에는 위계적인 구조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위계적인 구조에 따라 조직은 획득한 자원을 구성원들에게 분배하게 됩니다. 모두가 사내에서 높은 지위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 조직을 매개로 불평등이 재생산될 수 있는 것이죠.  

권현지∙함선유(2017)는 이처럼 조직에 초점을 맞추어 불평등이 유지되는 기제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이 논문에서 주목하는 기제는 연공성 임금입니다.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이 제도는 한국에서 보편적이지만, 이 제도 하에서는 장기근속이 가능한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근로자를 구분하고 다르게 취급하는 등 개별 노동자 간의 범주적인 차이가 부각되기도 합니다.  

권현지∙함선유(2017)는 외환위기 이후 고용유연화의 압력이 강해지면서 한국의 사용자들이 연공성 임금제도를 노측과의 충돌로 인한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주된 수단으로 이용해왔다고 설명합니다. 조직 내 핵심 노동자들로부터의 협력과 최소한의 조직 안정성은 유지하되,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업 내부의 노동시장을 분절해왔다는 것이죠. 그 결과 기존에 제공하던 수준의 임금이나 제도적 지원은 극소수의 핵심 노동자들에게 집중된 반면, 비정규 노동자의 규모는 확대되었습니다. 이처럼 기업에서의 자원과 지원이 집중되는 핵심적인 자리가 축소된 상황에서는, 새로운 노동자들이 이 일자리로 진입하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불평등이 더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 논문에서는 이 가능성을 2014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데이터를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분석 결과 연공성 임금정책은 비정규직 인력, 특히 여성 비정규직 인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증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임금 연공성 수준이 높은 조직일수록 비정규직과 여성의 비율이 높으며, 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높지만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낮아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크게 나타난 것입니다. 한편 비정규직 근로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그리고 남성과 여성 간 임금격차가 증가하는 것 또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비정규직, 정규직처럼 노동자들이 속한 사회적 범주의 차이에 따라 차등을 두는 임금정책은 불평등을 재생산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대신 고용과 소득에 대해 공정성과 평등성에 입각한 보편적인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조직에서 공정성과 평등성의 논리를 수용할까요? 이러한 질문에 기업은 차별적인 관행을 유지함으로써 이득을 획득하기 때문에 쉽게 이러한 논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Siegel 외(2018)에 따르면, 기업은 사회에서 배제되어 왔던 집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Siegel 외(2018)은 한국에서 다국적 기업이 여성을 고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들은 한국처럼 국가의 차별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고, 사회적으로 배제되었던 집단의 교육수준이 높을 경우, 해외에서 한국으로 진출한 다국적 기업은 한국에서의 차별적인 고용관행을 답습하지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이 가정을 검증하기 위해 저자들은 사업체패널과 여성관리자패널 2005년 데이터를 사용합니다. 먼저 저자들은 다국적기업이 실제로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지 검증하는데요, 두 데이터의 분석결과에서 공통적으로 해외에서 한국으로 진출한 다국적기업에서 여성관리자비율이 높게 나타납니다. 한국처럼 노동시장에서 젠더 불평등이 심한 일본계 다국적 기업 또한 한국에서는 여성관리자를 고용하고 있고, 또 서구 출신의 기업 또한 한국 지부에서 본국에서보다 여성인력을 활발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보아 다국적 기업의 여성인력 활용은 단지 본국에서의 여성친화적인 관행이 한국으로 유입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저자들은 덧붙입니다. 

다음으로 저자들은 같은 데이터를 이용해 여성인력의 활용이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데요, 해외에서 한국으로 진출한 다국적기업에서 여성관리자비율이 높았고, 또 여성관리자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순이익률이 높았다는 점을 확인합니다. 인터뷰에서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직급이 같은 경우 남녀 임금격차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저자들은 여성인력의 활용이 높은 기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원인은 여성관리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세심한 매니지먼트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Siegel 외(2018)의 주장에는 다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으며, 여성인력의 활용이 기업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만약 평등이 조직에도 이롭다면,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조직 내 불평등을 감소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문헌: 

권현지함선유2017. “연공성임금을 매개로 한 조직내 관계적 불평등: 내부자-외부자 격차에 대한 분석.” 산업노동연구』 23(2): 1-45. 

Siegel, Jordan, Lynn Pyunn, and B. Y. Cheon. 2018. “Multinational Firms, Labor Market Discrimination, and the Capture of Outsider’s Advantage by Exploiting the Social Divide.”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 1-26.

 

관련 사이트: 

오피스 모큐멘터리 <회사 가기 싫어> 홈페이지:  http://program.kbs.co.kr/2tv/culture/nowork/pc/  

드라마 <미생> 홈페이지 http://program.tving.com/tvn/misa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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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연구동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