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역할’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성 역할은 남자이기에 또는 여자이기에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역할을 말합니다. 남자는 집 밖의 일을 담당하고, 여자는 집 안의 일을 담당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처럼 성별에 따라 상이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믿음이 바로 성 역할 고정관념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남성이 생계부양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여성의 역할에 대해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전통적으로 여성은 결혼하면 집안일을 책임진다는 인식이 존재했는데, 이제는 여성이 결혼 후에도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맞벌이하는 여성을 선호하는 태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남성에 대한 전통적인 고정관념은 유지되는 한편, 여성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여성 본인이 갖고 있는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기대는 어떻게 변화하였을까요? 그리고 성 역할 태도와 여성의 경제활동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까요?

허 은(2017)에 따르면, 24세에서 37세 사이 여성들 사이에서도 여성이 가사를 전담해야 한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약화된 것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여성의 교육수준이 올라갈수록 가사에 대한 고정관념이 약화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특히 여성들은 취업을 하게 되면서 여성이 가사를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을 거부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 허 은(2017)은 여성들이 자신의 성 역할 태도를 자신의 생활에 맞추어 변화시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논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여성이 가사를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은 비교적 완화된 면이 있지만, 여성이 자녀 양육을 담당해야 한다는 태도는 완화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일수록 가사를 여자가 담당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어린 자녀는 어머니가 직접 돌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견지하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보면, 여성은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일면 전통적인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동시에 자녀에 대해 헌신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여기게 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허 은(2017)은 어머니 역할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이 교육을 통해 강화되는 것은, 결국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성별 고정관념에 대해 문제제기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여성이 노동시장으로 내몰리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 역할 태도와 여성의 경제활동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문지선(2017)의 연구를 통해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남편과 아내의 성 역할 태도가 아내의 경제활동 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보면, 남편의 성 역할 고정관념이 약할수록 아내가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아내 자신의 성 역할 태도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닌다고 합니다.

그런데 계층에 따라 구분해 보면 좀 더 복잡한 양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소득수준이 높은 가구에서는 아내의 성 역할 태도보다는 남편의 성 역할 태도가 아내의 경제활동 참여에 더 큰 영향을 미친 반면, 소득수준이 낮은 가구에서는 남편보다는 여성 본인의 성 역할 태도가 진보적일수록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위 두 논문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 사회에 성 역할 고정관념과 관련해 상당한 수준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고학력 여성의 경우 자녀 양육에 헌신해야 한다는 강한 인식으로 인해 일·가정 양립과 관련한 갈등을 겪고 있을 수 있으며, 고소득 가구에서는 아내가 일을 하고 싶을 경우 남편과의 인식 차이로 갈등을 겪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성 역할 고정관념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성 역할 고정관념은 어떤 집단에서 보다 집중적으로 변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변화로 어떠한 갈등에 직면하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성 역할 고정관념이 발생하는 양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일은 성 역할 고정관념을 둘러싼 갈등 해소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문헌:

문지선. 2017. “부부의 성역할 태도로 본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한국사회학』 51(2): 191-232.

허 은. 2017. “개인화와 성별분업: 패널 자료를 이용한 가족형성기 여성의 성역할 태도 분석.” 『한국사회학』 51(4): 47-78.

다음 글
이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