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론’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수저론’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에게 그대로 이어진다는 개념인데요, 이로 인해 모든 사람이 동등한 기회를 가지기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신조어입니다. 해당 개념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 “SKY 캐슬”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며 최근 우리 사회에서 ‘수저론’이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 같은데요, 실제로 부모의 학력을 비롯한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일반적으로 학력과 직업위세, 그리고 소득 또는 자산 수준으로 측정됩니다. ‘수저론’은 해당 요소를 통해 부모가 자녀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며, 그 영향력이 클수록 불평등한 사회라고 논합니다. ‘수저론’이 등장하기 전 우리나라는 높은 학력을 얻으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미치는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고, 이러한 인식이 우리 사회 특유의 강한 교육열에 일조해왔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장상수(2016)는 2000년과 2009년에 OECD 국가 15세 학생들의 읽기능력을 측정한 PISA 자료를 분석해, 2009년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성적이 2000년에 비해 높아졌으며, 일본·독일·미국과 비교해 평균점수와 성적우수 학생의 비율이 높고 성적부진 학생의 비율은 낮음을 밝혔습니다. 또 2000년도와 2009년 사이 우리나라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 성적에 미치는 영향력 수치는 증가했으나 OECD 국가 중에서는 꾸준히 하위권에 머물렀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최성수·이수빈(2018)은 이러한 ‘사회경제적 지위의 세대 간 재생산’ 문제를 부모와 자녀의 최종 학력을 통해 분석하였습니다. 분석 결과, 자녀의 전문대 이상 대학의 졸업 확률에 미치는 부모 학력의 영향력은 1960년대 이후 출생 코호트에서 빠르게 감소했으며, 4년제 대학의 경우에는 그 변화가 조금 지체되어 1980년대 출생 코호트에서 감소하였음을 밝혀냈습니다. 부모의 학력이 자녀 학력에 끼치는 영향력이 감소하였다는 연구결과인데요, 흥미로운 점은 부모의 학력을 상대적 지위로 측정해 본 결과 상위 20백분위와 하위20백분위 자녀들의 학력 취득 격차는 훨씬 완만하게 이어져 왔고, 특히 상위권 대학의 경우 그 격차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학력 계층이 상위 교육에서 일관된 수준에서 우위를 점해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 교육 기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낮으며, 특히 부모와 자녀의 최종 학력을 통해 분석하였을 때 그 영향력이 적어도 늘어나고 있지는 않다는 연구결과는 ‘수저론’이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세대 간 재생산되는 모습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참고문헌:
장상수. 2016. “벌어지는 틈새.” 『한국사회학』 50(5): 107-140.
최성수·이수빈. 2018. “한국에서 교육 기회는 점점 더 불평등해져 왔는가?.” 『한국사회학』 52(4): 77-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