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비혼·만혼 인구의 증가와 출산율 감소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2000년 26.5세였던 여성의 평균 초혼 나이는 2018년 30.4세로 높아졌고, 1990년 1.57명이던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처음으로 1명 미만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오늘 소개할 김이선·박경숙(2019)의 연구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취업이나 결혼·출산에서 여성이 겪는 어려움에 주목해 2016년 한국 여성의 생애 유형을 분석하였습니다.

본 연구는 오늘날 많은 한국 여성이 ‘갈등적 성별화’의 생애를 경험한다고 논합니다. ‘갈등적 성별화’란 성별화 구조가 사회 규범과 제도, 개인의 삶과 인식에서 모순과 균열을 일으키며 여성의 생애에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나라 여성의 삶은 1990년대 초반까지 대부분 가부장적 규범에 순응하는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1997년 경제위기 후 남성 1인 생계부양자 모델은 타격을 입습니다. 가정 내 무급 돌봄·가사 노동과 유급 노동을 여성과 남성이 함께해야 한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은 53%까지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여성 일자리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영세기업, 비정규직과 같은 주변부에 속해 있습니다.

본 연구는 한국 여성의 생애 유형을 결혼과 취업 여부에 따라 7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우선, 기혼 여성의 경우 (1)일·가정 양립형, (2)M자형, (3)잠재M형, (4)가족형성후입직형, (5)가족중심형으로 구분하였습니다. ‘M자형’은 결혼 후 일자리를 그만두었으나 이후 다시 취업한 경우이며, ‘잠재M형’은 결혼 후 일자리를 그만둔 다음 재취업하지 않은 유형입니다. 비혼 여성의 경우, 취업 상태에 있는 (6)일중심형과 취업 상태에 있지 않은 (7)NEET형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우리나라 여성의 이러한 생애 유형이 교육수준이나 일자리 질과 같은 계층적 요인과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현재 한국 여성은 비혼 상태에서 일을 계속해 나가거나(일중심형) 결혼도 취업도 하지 않는(NEET형) 생애 유형에 속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애 유형은 일견 전통적인 가족·성별 규범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그들의 ‘선택’이 사회경제적 불안과 계층에 따라 차등화된 자원 배분 속에서 비자발적 성격을 지닐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생애 유형에 속하든 노동시장 내 성 불평등이나 성별화된 가족 규범으로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한국 여성의 삶에서 나타나는 ‘갈등적 성별화’, 그리고 이러한 갈등이 계층에 따라 다르게 경험되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에 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참고문헌:

김이선·박경숙. 2019. “한국 여성의 생애: 갈등적 성별화와 계층화.” 『경제와사회』 122: 138-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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