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월례발표회
박주연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미국 10개 명문 대학 소속 한국인 학부생 74명과의 심층 면접 결과를 바탕으로, 젠더와 계층이 교차되는 구조가 이들이 초국적 이동성과 코스모폴리탄적 삶을 누리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였습니다.
우선, 초국적 가족 배경을 지닌 남학생은 ‘선택에 기반한 삶(choice biographies)’을 추구하며 ‘자아실현적 행위성(agency for becoming)’을 실현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즉, 직업적으로 높은 성취를 이루고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초국적 삶을 꿈꾸고 있었으며, 주변 사람들도 이들이 그러한 삶을 살 것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대와 야망은 이들이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통해 미국 내에서 안정적인 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은 출신 계층과 미국 내 법적 지위와 무관하게 어머니, 아내, 딸 등 여성 가족 구성원으로서 짊어지는 책임을 우선시하며 ‘규범에 부합하는 삶(normal biographies)’을 더 강하게 추구하는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또 가족의 초국적 이동성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남녀 모두 자신의 학위를 초국적으로 활용하는 데 미국 내 법적 지위나 문화적 측면에서 한계를 더 크게 느끼고 있었으며,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경우도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계층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남학생은 여학생에 비해 사회경제적 성공과 직업적 성취를 더 강하게 추구하였으며, 이는 본 연구 참여자들처럼 인적자본 수준이 높은 이민자 집단 내에서도 젠더에 기반한 제약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엘리트 아시아계 유학생들의 삶에 여러 형태의 불평등이 중첩되어 내재되어 있음을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