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사회의 기본 단위이자 구성원 간 영향을 많이 주고받는 공동체 중 하나입니다. 가족이 생활하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집안일의 주된 책임자를 여성으로 여기는 가부장적 문화가 아닐까 합니다.
고용노동부(2017)가 OECD 통계와 2014년도 한국노동패널조사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가사분담률은 16.5%로 통계 산출 OECD 26개국 중 최하위 수준입니다. 한국 남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45분으로 남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이 가장 긴 덴마크의 186분은 물론, OECD 평균인 138분과도 큰 차이가 납니다. 반면 한국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227분인 것으로 나타나, 남녀 간 가사노동 분담이 평등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는 여성도 유급노동에 종사하는 게 당연시되었고 맞벌이 부부도 흔한 모습이 되었는데 왜 여성과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여전히 이렇게 극명한 차이를 보일까요?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주익현·최성수(2019)는 통계청 생활시간조사 2014년 자료를 분석해보았습니다.
먼저, 맞벌이와 외벌이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가 집안일에 쓰는 시간을 분석해보았습니다. 빨래, 식사 준비, 청소와 같이 중요도가 높은 집안일의 경우, 맞벌이 부부 여성은 외벌이 부부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더 적은 시간을 쓰고 있었으나 주말에는 주중보다 45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습니다. 또 일반적으로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이 늘어날수록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도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집안일에 남편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수록 아내는 더 적게 쓰는 것으로 나타나야 하는데요.
이러한 현상은 남편이 집안일을 하는 ‘시간대’와 관련해 설명됩니다. 즉, 남편의 총 가사노동 시간 중 아내와 함께 집안일을 하는 시간의 비율이 높을수록 평균적으로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이 같은 경우에라도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의 비율이 높을수록 일반적으로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이 증가하였습니다. 그 요인으로 본 연구는 부부가 집안일을 함께 할 때 남편이 실질적 도움을 주는 대신 또 다른 일을 만들어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언급합니다. 어머니가 종종 집안 남성들이 하는 집안일에 대해 ‘방해만 된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떠오르는데요.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유급노동 시간의 감소와 유연화가 필요함을 말합니다. 남편이 혼자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려면 집에 있는 시간 자체가 늘어야 함은 물론, 그 시간대가 다양해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성별과 무관하게 가족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이러한 시간 사용 양상의 변화와 함께 확산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참고문헌:
고용노동부. 2017. “보도자료: 엄마 고용 늘리려면, 아빠의 가사분담부터 늘려야.” 2020. 2. 7. 접속(http://www.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news_seq=7812).
주익현·최성수. 2019. “남자가 여자를 ‘도와줄’ 때: 부부 간 가사노동 분업에서 시간대 동기화의 중요성.” 『한국사회학』 53(2): 213-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