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997년에 IMF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비정규직이 급증했습니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이러한 비정규직의 증가를 기업의 비용 절감 차원에서 설명하나, 이용수(2009)는 조직이론에 입각하여 이와 같은 주장을 검토합니다.

사업체 패널 데이터를 통해 비정규직 고용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살펴본 결과, 예상했던 바와 같이 시장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직률을 통해 계산한 고용변동성이 클 경우 비정규직의 수는 더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경력직을 많이 채용하거나, 숙련기간이 긴 등 인적 자산 특수성에 의해 매개되는 경우 비정규직 고용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시장을 분석했을 때 기업들은 그 조직 환경과 제도 및 관행에 따라 복합적인 비용우위 전략, 차별화 전략, 혹은 외부화 전략을 택하며 단순히 비정규직 수 증가만 하지 않는다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논의를 통해 봤을 때 저자는 한국에서 비정규직이 증가한 원인에 대해 보다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초석을 제공했다고 이해해야 할 것 입니다.

이와 같은 연구는 비정규직이 왜 증가하였는지에 대해서는 단서를 제공해주나, 비정규직의 증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가령, ‘비정규직의 증가가 나쁜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정동일과 권순원(2016)은 한국에서 비정규직의 역할, 구체적으로 가교인지 함정인지를 분석하며 이와 같은 질문에 답을 찾습니다. 그들의 연구에 의하면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비정규직은 함정의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즉, 비정규직을 통해서 경험과 능력을 쌓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비정규직의 함정에 빠지게 되면 계속해서 비정규직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모든 비정규직이 그러한 것은 아니며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는 핵심 업무에서 비정규직은 가교의 역할을 하나 보다 보편적인 비핵심 업무에서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다고 데이터는 밝힙니다. 즉, 비정규직을 하나의 동일한 시장의 구성원으로 봐서는 안 되며 비정규직 내부에서도 위계적 질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 되는 경우에도 잘 드러나 기술 수준, 나이, 학력 등 인적 자본이 좋은 비정규직들이 다른 직장에서 정규직 전환을 한다는 점에서 단일한 노동시장이 아닌 분화된 비정규직 시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참고문헌:

정동일·권순원, 2016, 가교 혹은 함정? 노동시장 구조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형태 전환에 대한 연구, 인사조직연구 5(24)

이용수, 2009, 비정규직 고용 결정의 조직특성에 관한 연구, 한국사회학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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