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출산절벽’에 직면해 있습니다. 극심한 저출산을 경험하고 있지요. 저출산 현상은 오랫동안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했다고 설명되어 왔습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출산의 기회비용이 증가하고, 여성들이 전통적인 성역할을 기피하게 되기 때문에 저출산이 발생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문제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한 국가들 중 프랑스,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은 더 이상 저출산 문제가 사회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Esping-Andersen et al.(2015)는 이 점에 착안하여, 출산율과 성평등 정도 사이에는 U자 형의 관계가 존재한다고 제시합니다.

Esping-Andersen et al.의 주장은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성평등주의가 중간 수준인 국가들에서 출산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잘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김영미 · 계봉오(2015)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노동시장 조건에서 찾습니다. 성평등주의가 중간 수준인 동아시아와 동유럽, 그리고 남유럽 국가들에서는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어느 정도 확대되었지만, 노동시장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강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이 강하면, 출산에 적극적인 여성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룰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출산을 하지 못합니다. 한편 일에 더 가치를 두는 일 중심적인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의 차별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더라도 아이를 더 많이 낳지 않게 됩니다.

이 논문에서는 통계 분석을 통해 경제 영역에서 성평등이 높은 국가일수록 여성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일과 출산 중 자신이 선호하는 바를 실현하는 정도가 높게 나타나고, 이 선호가 실현되는 정도가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게 나타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여성들이 어느 정도 사회로 진출한 국가들에서는,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할수록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따라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에게 출산의 유인을 제공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성평등한 노동시장을 조성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주희(2012)에 따르면, 한국 여성고용정책은 여태까지 그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더 부정적이었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여성고용정책이 평등 대신 효용, 즉 일자리 창출에만 집중해왔기 때문입니다. 2009년 정부의 주요 일자리 사업은 주로 단기적인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이 사업 참여자들의 대다수는 여성이었습니다. 또 노무현 정부 시기에 도입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제도는 사실상 그 규제력이 미미하여 유명무실했다 할 수 있죠. 결국 여성들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의해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로 쏠리게 되었습니다.

둘째, 여성의 ‘다름’을 전제하고 만들어진 정책들은 오히려 여성의 차별을 낳는 월스톤크래프트의 딜레마에 있기 때문입니다. 2007년 개정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족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은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간제 근로를 장려하였습니다. 그러나 2012년 고진로(high road) 사회권 실태조사를 분석해 보면, 가장 근로시간을 감축하고자 하는 의사가 없는 집단은 여성 비정규직이며, 남녀 모두 배우자가 시간제인 경우보다 전일제일 경우 일과 생활의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저자는 앞으로 여성의 평등한 노동권을 위한 대안으로 시간제근로보다는 노동자의 노동시간 선택권을 확대하고, 남녀 모두 수혜자가 되는 일-가정 양립 정책을 마련하고, 나아가 기본소득정책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기존의 정책들처럼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죠.

위 두 논문이 여성 고용에 대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데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저출산, 그리고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성의 관점에서 여성들이 필요로 할 것만 같은 유인을 제공하는 것은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죠.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귀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하며, 또 성평등한 노동시장을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이주희. (2012). 여성의 평등한 노동권을 위한 고용과 복지의 재구조화. 한국여성학, 28(3), 35-62.

김영미, & 계봉오. (2015). 이행의 계곡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 한국여성학, 31(3), 1-30.

Esping‐Andersen, G., & Billari, F. C. (2015). Re‐theorizing Family Demographics. Population and Development Review, 41(1), 1-31.

다음 글
이전 글
카테고리: 연구동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