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논의 중 하나는 ‘결혼’입니다. 지난 시간동안 결혼은 두 가족의 결합이 이루어져 새로운 가족이 탄생하는 인생의 중요한 사건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중요성 때문인지 결혼과 가족의 형성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성별, 학력, 계층 등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비혼, 만혼, 가족의 의미, 가족의 운영 방식 등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죠. 그래서 오늘은 이와 관련한 주제를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최근 들어, ‘비혼’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예전에는 미혼과 기혼으로 나누어지던 것이 최근에는 반드시 결혼할 것으로 단정짓지 않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비혼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죠.

“2,30대 비혼 여성의 결혼 전망과 의미 : 학력 잡단 간 차이를 중심으로”(이재경 ‧ 김보화, 2015)에 따르면, 비혼 여성들은 자신의 학력, 부모의 경제적 배경에 따라 앞으로의 결혼을 달리 바라보고 있습니다.

고학력 여성들의 비혼은 비교적 탄탄한 부모의 경제적 지원 하에 완벽한 결혼을 가족과 함께 기획함으로써 발생하게 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어려운 가정 배경을 지닌 저학력 여성들에게 결혼은 불안정한 독립이기 때문에 비혼이 발생하게 되죠. 여성들의 비혼이 단순히 선호에 따라 결혼을 선택하기보다 가족의 경제적 배경 및 학력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통해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결혼이 ‘가족행사’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부계 가족주의의 실패? – IMF 경제위기 세대의 가족주의와 개인화”(김혜경, 2013)는 가족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느냐에 주목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과거에는 가부장적 분위기 하에서 아들에 대한 선호가 매우 강한 부계 가족주의를 보여왔죠. 그러나 경제위기와 같은 다양한 사회영향으로 우리사회의 가족주의(가족의 의미)는 성별, 혼인, 학력 등에 따라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남녀 기혼집단의 경우 가족은 이제 효 또는 부모부양보다는 본인 가구의 경제유지가 더 중요한 (신)핵가족주의, 양육 등에 있어 원가족의 도움을 받는 도구적 가족주의를 보이기 때문이죠.

특히 부계 가족주의 하에서 가족 자원의 지원을 받았던 남성들은 현재 아내의 소득에 의지하거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비혼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부계 가족주의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반면 부계 가족주의에서 주변적인 위치에 있었던 여성은 남성에 비해서 자아 발견을 위한 비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부계가족주의가 여성의 자아발견을 위한 비혼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나은 것이죠.

그러나 여전히 남성들은 아들로서 부모님을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제도적 가족주의를, 여성들은 부모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는 정서적 가족주의를 내면화하고 있어 관계에 있어서는 부계 가족주의가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결혼의 선택이나 유지에 있어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족 내 역할분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 ‧ 가정의 양립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이유 역시 가족 내 역할이 제대로 분담되지 않기 때문이죠.

“한국 맞벌이 부부의 고용형태와 가족 내 노동분업의 젠더 불평등에 관한 연구”(안미영, 2016)는 부부의 고용형태(정규직 또는 비정규직)에 기반한 경제적 협상력, 성역할 이데올로기에 따라 가족 내 노동분업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고용형태가 동일하거나 동일하지 못한 경우 모두 아내의 소득이 높아질수록 돌봄 또는 가사 노동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경제적 소득에서 오는 힘(협상력)이 가족 내에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정규직 여성이 비정규직 남성과 함께 살 때 비정규직 남편보다 돌봄노동은 더 많이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고용형태가 동일하지 않을 때 여성의 경제적 힘이 돌봄에 있어서는 큰 힘으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의 논문에서 살펴봤듯이 부계 가족주의가 변화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성역할에 기반하여 여성의 경제적 힘이 가족 내에서 크게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 개의 논문을 종합해서 보면, 결혼은 단순히 결혼이 좋다 또는 싫다와 같은 선택의 문제라기보다 결혼을 둘러싼 다양한 영향을 고려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경제적 이유’ 등과 같이 단일적 요소를 고려하는 현재의 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요소들을 둘러싼 상호작용의 결과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참고문헌:

이재경 ‧ 김보화. 2015. “2,30대 비혼 여성의 결혼 전망과 의미 – 학력 집단 간 차이를 중심으로.” 『한국여성학』 31(4) : 41-85.

김혜경. 2013. “부계 가족주의의 실패? – IMF 경제위기 세대의 가족주의와 개인화.” 『한국사회학』 47(2): 101-141.

안미영. 2016. “한국 맞벌이 부부의 고용 형태와 가족 내 노동 분업의 젠더 불평등에 관한 연구.” 『경제와 사회』 11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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