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사회에서 많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조직 내에서 그들의 지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특히 관리직 중 여성의 비율은 5~7%에 불과한데요, 여러 원인들 중 한국의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조직문화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임희정(2009)은 우리나라 조직이 이전부터 가지고 있는 야근, 회식문화 등과 같은 남성중심적 조직문화를 지적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여성들은 승진과 조직문화에 대한 정서적 만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됩니다. 경력성공을 위해 멘토 역할을 해줄 고위직 여성의 수가 극히 부족할 뿐더러 남성 상사들도 여성 부하직원과의 멘토 관계를 꺼려합니다. 남성 직원들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승진 등 경력성공에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여성은 이러한 네트워크에 소외되어 있거나, 남성에 비해 육아에 더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참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인사관리 관행이 합리적이고 직급이 낮은 직원도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조직문화는 여성관리자의 경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조직문화는 여성관리자의 직급과 임금의 실질적 상승에는 물론, 여성관리자 스스로 기대하는 목표지위와 경력전망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는 여성의 직급과 목표지위 상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성관리자가 조직 내 상사나 선배를 멘토로 두고 있을 경우, 이는 직급과 임금, 나아가 목표지위와 경력전망을 높이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의 범위가 넓은 여성관리자일수록 직급과 임금 수준, 스스로 설정한 목표지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네트워킹 참여도가 높은 여성관리자일수록 경력전망 역시 높게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의 글이 조직이 가지고 있는 ‘문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또 다른 연구는 ‘조직’ 그 자체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즉, 조직의 구성방식이 여성관리자의 조직 내 지위와 회사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김수한∙신동은(2014)은 성불평등의 정도가 어떠한 조직적 맥락과 구조 속에서 달라지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기업과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노력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크게 네 가지 측면에 주목하는데요, (1)조직문화, (2)공식화된 인사관리와 성과주의, (3)여성의 대표성, (4)다양성관리제도가 그것입니다. 분석결과에 의하면 조직문화는 여성관리자의 성차별 경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특히, 기업관리자가 여성친화적이거나 기업 내 공개토론문화가 활성되어 있을 경우 여성관리자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성차별 경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희정(2009)의 연구결과와 비슷하게 조직 내 성차별 경험은 집단적 조직문화가 강할 수록 늘어나는 반면, 인사관리제도가 공식화되어 있을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대표성과 다양성관리제도의 경우 여성의 성차별 경험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여성관리자가 조직 내에서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는 데 큰 제약을 받고 있거나 고위직에 오르는 과정이 남성과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을 수 있다고 해석합니다. 특히 다양성관리제도의 경우 예상과 다르게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성차별 경험을 늘리는 효과를 보이고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 저자들은 적극적조치(Affirmative Action)와 같은 제도에 대해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여성 네트워크의 활성화가 오히려 남성과 여성 간의 경계를 강화하고 긴장을 유발했을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의 결과는 전반적으로 ‘형평성’보다는 ‘능률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인사제도가 차별경험을 줄이는 데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직 내 양성평등을 위한 여러 제도들의 법적 규제력이 아직 약하고 상당수 인사담당자들이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들이 거부감을 갖는 이유를 파악하고 최고경영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결론짓습니다.

결국 여성관리자들의 활발한 기업 진출을 위해서는 기업문화와 조직구성 방식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는 기업과 정부 모두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기업의 경우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자율적으로 회식에 참석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 있는 선배들과의 멘토링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네트워크 구축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이에 더하여 정부는 기업에 여성관리자들에게 친화적인 조직 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여성들은 경력성공 및 회사생활에서 성차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주된 원인으로 기업의 문화와 조직이 구성되는 방식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자들은 어떤 문화나 조직이 이러한 성차별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분석만 할 뿐, 어떤 조직적 환경과 정책이 이 영향을 줄이거나 늘리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는 하지 못하고 예상과 다르게 나온 결과에 대한 사후적 해석과 추측으로 글을 끝맺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조건에서 여성 근로자들이 경력상 불이익과 성차별을 덜 경험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지고 정착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조직문화의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임희정. 2009. “조직문화, 멘토링 및 네트워킹이 여성관리자의 경력성공에 미치는 효과.” 『인사관리연구』 33(4): 95-120.

김수한신동은. 2014. “기업 내 여성관리자의 성차별 경험.” 『한국사회학』 48(4): 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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