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은 90년대 이후 급격히 팽창하여 많은 이들에게 교육기회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곧 사교육 시장의 확대로 이어져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자녀의 고등교육 기회의 질이 달라지는 불평등한 현실로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스스로 열심히 노력한 만큼 환경과 상관없이 기회가 주어질 것(이를 사후적 기회균등이라 칭한다)이라 주장하기도 합니다. 한국 고등교육 기회의 불평등 정도를 최필선·민인식(2015)의 연구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학력이 전문대 혹은 대졸이상일 경우와 소득이 높을 경우 자녀가 4년제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월등히 높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이미 높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는 큰 함의를 갖지 못합니다. 따라서 저자는 상위권 대학 진학여부를 결정하는 수능성적을 통해 부모의 영향력을 분석하였습니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부모의 교육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수능성적 1~2등급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반면, 부모가 고졸미만일 경우에는 그 비율이 1%도 되지 않았고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비율 역시 2%대로 줄었습니다.

더 나아가 저자들은 교육의 연장선상인 자녀의 노동시장에서의 성과와 부모의 사회경제적배경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습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부모의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자녀가 4년제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높은 것인데, 이는 다른 자녀들에 비해 노동시장 진입시점이 더 늦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그렇지 않은 또래에 비해서 임금이 평균적으로 더 높았으며 근무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차이는 더더욱 분명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만이 자녀의 상위권 대학진학과 임금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만, 이 논문은 우리나라 고등교육 기회는 사후적 기회불균등이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의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2014년에 제정하였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며 오히려 사교육을 더 촉진시켰다는 평가도 있습니다(한국일보, 2017).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문헌:

한국일보. 2017. “선행학습금지법 3년… 되레 빨라진 선행학습.” 조아름 기자.
<http://www.hankookilbo.com/v/0de9f750da6b4f3481cc7d4cda9645f7>

최필선∙민인식. 2015. “부모의 교육과 소득수준이 세대 간 이동성과 기회불균등에 미치는 영향.” 『사회과학연구』 22(3): 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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