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것으로 유명한데요(통계청, 2018), 그 주요인으로 기존 연구는 기혼 여성의 경력단절에 주목해 왔습니다(김난주, 2017; 은기수, 2018). 그런데 최근 발표된 최세림·방현준(2018)의 연구에 따르면, 놀랍게도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 간의 임금 추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나이가 듦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커지는 주된 이유가 여성의 경력단절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성별 임금 격차의 더 중요한 배경으로 위 연구는 결혼-출산-육아에 대한 부담과 이로 인한 시간 제약 등 남성과 궤적이 다른 여성의 생애 자체에 주목합니다.

오늘 소개할 이진숙·이윤석(2018)의 연구는, 앞서 언급한 최세림·방현준(2018)의 연구와 비슷하게 ‘성별화된 생애과정’에 주목합니다. 본 연구는 현재 우리 사회 저출산의 배경으로 비혼·만혼 인구의 증가를 지목하는데요, 이렇게 비혼·만혼 인구가 늘어나는 주요 원인으로 성인이행기에 있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현실을 경험하는 점을 강조합니다. 가령 유급노동과 출산·양육을 이중으로 수행하는 것에 대해 여성은 남성보다 더 큰 부담감을 가지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서도 더 큰 불안을 느껴,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이 연구는 성인이행기 주요 생애 단계에 따른 가사노동 시간의 변화가 성별로 어떻게 다른지 살펴봅니다.

본 연구는 2014년 통계청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활용해 만 25세~39세 남녀 5,321명을 분석합니다. 먼저 표본을 결혼과 출산이라는 생애 단계를 기준으로 가족과 함께 사는 비혼, 혼자 사는 비혼, 미취학 자녀가 없는 기혼, 미취학 자녀가 있는 기혼, 이렇게 네 유형으로 나눈 후, 각 생애 단계에 따라 가사노동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검토합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어떠한 생애 단계 유형에 속하든 여성은 남성보다 하루에 10분 이상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았고(89.9% vs. 47.0%), 하루에 평균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가사노동에 할애하고 있었습니다(149.0분 vs. 31.2분). 여성의 하루 평균 총 가사노동 시간은 혼자 사는 비혼은 80.1분, 자녀가 없는 기혼은 134.9분, 자녀가 있는 기혼은 185.8분으로 나타나, 결혼·출산 등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는 생애 단계를 경험할 때 일반적으로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도 늘어남을 알 수 있습니다.

성인이행기 남녀 차이는 가사노동 참여 여부나 시간뿐만 아니라 참여 양상 측면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즉, 여성은 주로 요리나 설거지, 빨래, 장보기 등 매일 수행하는 ‘일상적 종류의 집안일’이나 ‘여성적 유형의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반면, 남성은 주로 주택관리, 자동차 보수·관리 등 ‘간헐적 종류의 집안일’이나 ‘남성적 유형의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어떤 요인이 총 가사노동 시간의 변화와 관련되는지를 일반최소제곱(OLS) 회귀 모형으로 추정합니다. 먼저 여성의 경우, ‘배우자·자녀 등 가족 구성원 수의 증가’는 가사노동 시간의 증가와, ‘유급 노동시간과 소득 수준’은 가사노동 시간의 감소와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배우자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여성은 오히려 가사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아내가 자신의 소득이 남편보다 높은 ‘역전된 성별 분업’ 상황을 남편보다 더 오래 집안일을 함으로써 해소하려는 경향 때문으로 본 연구는 추정합니다. 한편 교육수준이나 성 역할 태도는 가사노동 시간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남성 역시 자녀가 태어날 때 평균 가사노동 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다만 그 증가 폭은 여성보다 작았습니다. 이를 통해 일반적으로 출산으로 추가 발생하는 가사노동을 주로 여성이 맡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담 전가 양상’은 혼자 사는 비혼 남성이 결혼하게 되면 평균적으로 가사노동에 쓰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위 분석결과는 우리 사회에서 무급가사노동의 일차책임자는 주로 여성, 즉 어머니와 아내, 딸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 많은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가사노동을 주로 담당하는 사람은 ‘어머니’나 ‘아내’, 즉 여성이며 남성은 여성을 ‘도와 주거나’ 집안일을 만들어내며 도움을 받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가사노동의 부담이 기혼 여성뿐만 아니라 비혼 여성에게도 쏠리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현재 우리 사회 저출산의 주요 배경일 수 있다는 본 연구의 결론은, 일·가정 양립정책 등 기혼 여성의 경력단절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가정 내 성별 분업과 불평등’이라는 보다 근본적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참고문헌:

김난주. 2017. “세대별 성별 임금격차 현황과 시사점.” 『이화젠더법학』 9(2): 69-124.

은기수. 2018.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와 경력단절.” 『한국인구학』 41(2): 117-150.

이진숙·이윤석. 2018. “성인이행기 남녀의 가사노동 시간에 대한 탐색적 연구.” 『여성연구』 98(3): 65-95.

최세림·방형준. 2018. 『생애주기에 따른 성별 임금격차: 결혼과 출산의 영향을 중심으로』. 한국노동연구원.

통계청·여성가족부. 2018.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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